비트코인 8만8000달러선 답보… 시장 침체 속 비트마인 ETH 10억 달러 스테이킹

암호화폐 시장이 깊은 침체 국면에 들어섰다. 비트코인은 화요일 기준 1.12% 소폭 상승해 8만8224달러를 기록했지만, 이더리움은 2967달러 부근에서 횡보했다. 주요 알트코인 전반의 거래량은 2025년 들어 최저 수준까지 떨어진 상태다.
다만 기관 투자 지표는 현재의 가격 흐름과 엇갈린 신호를 보내고 있다.
비트마인, ETH 10억 달러 스테이킹… 냉각된 시장 속 강세 신호
비트마인 이머전 테크놀로지스(BitMine Immersion Technologies)는 지난 주말 34만2560 ETH를 스테이킹했다. 이는 약 10억 달러에 달하는 규모다.
온체인 데이터에 따르면 이 조치로 이더리움 검증자(밸리데이터) 진입 대기열이 6개월 만에 처음으로 출구 대기열의 약 두 배 수준까지 늘어났다.
유동성이 부족한 환경에서 대규모 물량이 시장에서 잠기는 효과가 나타나면서, 일종의 ‘스프링이 압축된(coiled spring)’ 상태가 형성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비트마인 CEO 조너선 베이츠(Jonathan Bates)는 성명을 통해 “10억 달러 규모의 ETH를 확보한 것은 이더리움의 장기 가치에 대한 우리의 확신을 분명히 보여주는 신호”라고 밝혔다.
이번 스테이킹은 비트마인의 주요 밸리데이터 지위를 더욱 강화하는 동시에, 이더리움의 장기적 가치 제안에 대한 강한 기관 신뢰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회사의 총 ETH 보유량은 현재 410만 ETH를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비트마인은 2026년 1분기 출범을 목표로 한 ‘메이드 인 아메리카 밸리데이터 네트워크(MAVAN)’도 적극 개발 중이다. 이는 대규모 자산 축적과 함께 인프라 구축까지 병행하는 전략적 행보로 해석된다.
캘리포니아 ‘크립토 세금 충격’… 미실현 이익 과세 논란
한편,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추진 중인 세제 개편안도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 이른바 ‘2026 억만장자 세금법 (Billionaire Tax Act)’은 순자산 10억 달러 초과분에 대해 연 5%의 세금을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으며, 암호화폐의 미실현 이익까지 과세 대상에 포함한다.
크라켄 공동창업자 제시 파월(Jesse Powell) 등 비판론자들은, 이 법안이 통과될 경우 창업자들이 실제 현금화하지 않은 ‘장부상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기 위해 보유 자산을 강제로 매도해야 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는 구조적인 매도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이 같은 세제는 억만장자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미국 전체 암호화폐 산업에 선례를 남길 수 있다는 점에서도 우려를 낳고 있다. 변동성이 크고 유동성이 제한적인 가상자산을 매년 정확히 평가해 과세하는 것 자체가 행정적으로도 큰 부담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법안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경우, 2026년 과세 연도를 앞두고 실리콘밸리를 떠나 UAE나 플로리다 등 세제 친화적인 지역으로 자본이 이동하는 ‘선제적 엑소더스’가 가속화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이는 캘리포니아 내 암호화폐 산업 발전과 투자 흐름 자체를 바꿔놓을 수 있는 변수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