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가상자산 과세 ··· 또 유예되나

한국이 2027년 1월 시행을 목표로 하고 있는 가상자산 과세가 또다시 연기될 가능성이 제시되고 있다. 인프라 및 규제 기준 준비가 여전히 미흡해 네 번째 연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20년 가상자산 세법이 처음 통과된 뒤 이미 세 차례 시행이 유예됐지만 정부는 거래 내역 모니터링, 소득 분류, 가상자산 거래 정보 공유를 위한 국제 협정을 위한 핵심 시스템을 구축하지 못했다. 이로 인해 정부가 이번에는 예정대로 과세를 개시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스경제 기사에 의하면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과세 체계의 핵심 공백이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는 “과세 공백이 지속되면 시장 혼란뿐 아니라 ‘4차 유예론’이 다시 등장해 제도 신뢰도와 정책의 일관성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으며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추가 연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과세 체계 핵심 공백 여전해
현행 소득세법은 2027년부터 가상자산 양도 및 임대 소득에 대해 과세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연간 250만 원을 초과하는 소득에는 22%의 세율이 적용된다.
그러나 에어드랍, 하드포크, 채굴, 스테이킹, 대여 등 다양한 소득원에 대한 정의와 과세 기준은 아직 명확하지 않다.
마지막 연기 이후 11개월이 지났지만 정부는 민관 태스크포스조차 구성하지 못했으며 가상자산 과세는 여전히 국세 행정 계획에서 빠져 있다.
김 연구원은 특히 해외 거래소, 탈중앙화 서비스, 개인간(P2P) 이체 등 국내 거래소 외부에서 발생하는 거래에 대한 과세 기준 부재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비거주자 과세, 취득가 산정, 과세 시기 같은 기본 규정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대여 소득에 대한 과세 시스템도 백지상태며 가상자산 대출이나 스테이킹이 과세 대상인지 여부 역시 명확히 정의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과세를 강행할 경우 업비트, 빗썸 등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과세 대상이 되고 해외 거래소 이용자는 사실상 과세 대상에서 벗어나는 형평성 문제도 우려된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대규모 투자는 추적이 가능하지만 개인 투자자들의 소액 거래까지는 아직 손이 닿지 않는다“고 인정했다.
정부는 한국이 OECD 가상자산 보고 체계(CARF)에 서명한 만큼 48개국이 가상자산 정보를 공유하는 국제 협정이 2027년에 발효되어야만 실질적인 과세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불명확한 가상자산 세법에도 단속은 강화
과세 시행이 미뤄지는 동안 규제당국의 규정 준수 단속은 한층 강화됐다. 국세청은 지난 4년 동안 1만 4000명이 넘는 체납자들로부터 1460억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압수했다. 체납자에 대해 자택 압수수색을 통해 콜드월렛을 압수할 수 있다고 경고한 상태다.
국세청 대변인은 “가상자산 추적 프로그램을 통해 체납자의 코인 거래 내역을 분석한 뒤 오프라인으로 은닉이 의심될 경우 자택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직접 대응에 나서고 있다. 청주시는 2021년부터 주민 203명의 암호화폐를 압수해 자체 거래소 계좌를 통해 청산했다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도 지난해 말부터 3억 4000만 원 상당의 가상자산을 압수했다. 금융정보원은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그리고 고팍스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점검을 마친 뒤 추가 제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금융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거래소에서 거래할 수 있는 인증 사용자 수는 2025년 상반기 기준 1077만 명에 달했다. 전문가들은 명확한 규칙 없이 가상자산 과세를 강행할 경우 정부가 법적 분쟁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
또한 가상자산 78조 9000억 원 상당이 국내 거래소에서 해외 플랫폼과 개인 지갑으로 이동한 것으로 나타나 투자자들이 향후 과세에 대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한국공공재정연구원 박주철 원장은 과세가 시작된 이후에도 기준이 모호하면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하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남은 기간 동안 핵심 개념을 명확히 하고 국제적 데이터 공유 체계에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주철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세정연구팀장은 가상자산 과세가 시작된 뒤에도 모호성이 남아 있으면 법적 충돌이 불가피하다며 정책 입안자들에게 남은 기간 동안 규정을 명확히 하고 국가 간 정보 공유 체계를 갖출 것을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