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검찰, 테라 권도형에 징역 12년 구형

미국 연방 검찰이 400억 달러 규모의 피해를 발생시킨 2022년 테라USD 스테이블코인 붕괴 사태와 관련한 사기 사건의 혐의로 테라폼 랩스 공동창업자 권도형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미국 정부는 4일 폴 엥겔마이어 지방법원 판사에게 제출한 서류에서 권 씨의 범죄가 “전 세계적으로” 피해를 입혔으며 가상자산 거래소 FTX의 몰락으로 이어진 연쇄적인 시장 혼란의 단초가 됐다고 강조했다.
권 씨는 11일 선고를 받을 예정이며 변호인단은 징역 5년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34세인 권 씨는 지난 8월 검찰 구형을 최대 12년으로 제한하는 합의에 따라 공모 및 전산 사기 혐의를 인정했다.
그러나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사기와 관련한 법정 최고 형량은 25년에 달한다.

美 검찰 “광범위한 시장 위기 발생”
미국 법무부의 구형 의견서는 권 씨가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사기성 발언이 암호화폐 시장 전반에 연쇄 반응을 일으켰다는 점을 지적했다. 검찰은 특히 테라의 붕괴가 샘 뱅크먼 프리드의 FTX 파산에 영향을 미쳤다며 테라 투자자들의 피해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시장 위기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권 씨는 법정에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테라폼 랩스를 통해 암호화폐 투자자를 대상으로 한 사기 행위에 가담한 사실을 인정했다.
또한 2021년 5월 발생한 디페깅 사태 과정에서 테라USD의 페깅 복원 메커니즘을 오도했으며 투자 전문 회사인 점프 트레이딩(Jump Trading)이 스테이블코인을 담보하는 데 비밀리에 관여했다는 사실을 시인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바이든 행정부에 비해 암호화폐 단속을 크게 완화했던 시기와 맞물린 점도 중요한 요소로 평가된다.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세계 최대 암호화폐 거래소인 바이낸스에서 자금세탁 방지 의무를 위반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바이낸스 창업자 창펑 자오를 지난 10월 23일 사면한 바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당 사면은 신중한 검토를 마친 후 결정된 사안이라고 전했다.
권 변호인단 “잔인했던 몬테네그로 감옥 환경 반영돼야”
권 씨의 변호인단은 몬테네그로에서 겪은 약 3년의 구금 기간 동안 잔인한 환경에 처해있었다고 주장하며 형량 산정에 크게 반영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해외에서의 구금 기간 동안 이미 상당한 처벌을 감내한 점을 고려할 때 추가적인 장기 징역형은 정의 실현이라는 명분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필요 이상의 형벌이라고 말했다.
변호인단 의견서는 뉴욕 남부지검과 체결한 유죄 합의에 따라 권 씨가 1억 9000만 달러 이상의 자산과 복수의 부동산을 압류하기로 합의했다는 점을 지목했다.
또한 권 씨는 동일한 혐의로 한국에서도 재판을 받고 있으며 한국 검찰은 40년형을 구형한 상태다. 변호인단은 이 점이 미국 형량 판단에 고려돼야 할 요소라고 주장했다.
미국 검찰은 400억 달러상당의 피해를 입은 수백만 명의 투자자로부터 개인 피해 규모를 산정하는 작업이 지나치게 복잡하기 때문에 배상 명령은 요청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미국 당국은 권 씨가 유죄 합의 조건을 준수하고 국제 수감자 이송 프로그램 자격을 충족할 경우 형기의 후반부를 한국에서 복역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판결의 비일관성
코인 사기 사건에 대한 상이한 판결은 처벌의 일관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FTX 거래소 붕괴 사건에서 샘 뱅크먼-프리드는 모든 혐의에 대한 유죄 판결을 받은 후 25년형과 110억 달러의 배상 명령을 선고받았으나 최근 보고에 따르면 최종적으로 4년형으로 감형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권 씨의 유죄 인정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피해액 80억 달러 규모였던 FTX 사태보다 이번 테라 붕괴 사태는 피해액 400억 달러로 피해 규모가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처벌이 약하다고 말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테라 사태의 피해 규모를 고려할 때 미국 검찰의 구형이 법정 상한에 근접하거나 종신형 수준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며 권 씨 변호인단 측이 요청한 징역 5년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의견이다.
폴 엥겔마이어 담당 판사는 금융 사기 사건에 엄격한 선고로 알려져 있으며 피해자의 규모를 고려할 때 법조계에서는 15년에서 20년 수준의 형량이 선고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오는 11일 열리는 선고 공판에서는 뱅크먼-프리드 사례와 마찬가지로 유죄 인정이 판결에 비해 어느 정도의 형량 감경을 가져올지 여부가 핵심 쟁점이 될 전망이다.
권 씨는 2023년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해 여행하다 체포됐으며 이 과정에서 미국 정부와 한국 정부 사이에 장기간의 범죄인 인도 갈등이 발생했다.
그는 발칸 지역에서 약 2년간 구금된 후 올해 1월 미국으로 송환됐고 가상자산 시장 역사상 가장 주목받는 법적 분쟁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