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화 약세에 스테이블코인 국내 거래 62% 급증

국내 주요 암호화폐 거래소의 스테이블코인 거래량은 원·달러 환율이 수년 만의 저점으로 내려가면서 크게 늘었다. 달러 대비 원화 가치가 급락하자, 거래소들은 달러에 연동된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한 마케팅을 강화했다.
크립토퀀트 데이터를 인용한 코리아타임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수요일 원·달러 환율이 1,480원을 넘어서자 테더(USDT)의 국내 5대 원화 거래소 거래량은 3,782억 원(약 2억6,100만 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번 급증은 원화가 달러 대비 9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2008년 이후 최장 하락 기록을 세운 데 따른 것으로, 블룸버그는 이를 원화에 대한 구조적 압박이 누적된 결과로 분석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코빗, 코인원, 업비트, 빗썸 등 주요 거래소들은 USDC와 USDe를 포함한 스테이블코인을 중심으로 거래 수수료 면제와 보상 지급 등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잇달아 내놓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를 전반적인 암호화폐 시장 침체 속에서 거래량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로 보고 있다.
환율 방어 나선 정부… 은행들 달러 금리 인하
조선일보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이 환율 방어를 위한 정부의 요청에 따라 달러 예금 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으로 낮췄다.
신한은행은 오는 1월 30일부터 달러 예금 연이율을 기존 1.5%에서 0.1%로 대폭 인하했으며, 하나은행 역시 ‘트래블로그 외화통장’의 금리를 2%에서 0.05%로 낮췄다.
이번 조치는 당국이 은행 경영진을 소집해 “달러 등 외화 예금을 과도하게 유치하는 마케팅을 자제해달라”고 요청한 이후, 은행권이 일제히 호응한 결과다.
은행들은 동시에 달러를 원화로 전환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도 내놓았다. 신한은행은 달러 예금을 원화로 환전하는 고객에게 90% 우대 환율을 적용하고, 이후 원화 정기예금에 가입할 경우 금리를 추가로 0.1%포인트 올려주는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이 같은 조치의 영향으로 5대 시중은행의 달러 예금 잔액은 1월 22일 기준 632억5,000만 달러로, 전월 말 대비 3.8% 감소했다. 이는 달러 예금이 3개월 연속 증가한 이후 처음으로 나타난 감소세다.
전체 달러 예금의 약 80%를 차지하는 기업 예금은 연말 기준 524억2,000만 달러에서 498억3,000만 달러로 크게 줄었다. 이는 당국의 현물 달러 매도 권고와 함께 환율이 고점에 도달했다는 인식이 확산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개인 달러 예금 증가 속도는 크게 둔화됐다. 개인 예금은 전달에 10억9,000만 달러 급증했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1억964만 달러 늘어나는 데 그쳤다.
대통령 발언에 원화 안정 속도 붙다
이재명 대통령은 1월 21일 기자회견에서 환율과 관련해 이례적으로 직접 발언하며, 당국은 향후 1~2개월 내 원·달러 환율이 1,400원 수준까지 내려갈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발언 직후 원·달러 환율은 1,481.4원에서 1,467.7원으로 급락했으며, 이후 1,471.3원에 거래를 마쳤다.

시장에서는 현직 대통령이 환율 수준과 시점을 동시에 언급한 사례가 전례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 대통령의 발언은 앞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장관이 원화 약세를 “한국의 탄탄한 기초 여건과 맞지 않는다”고 언급한 것보다 훨씬 강한 신호로 받아들여졌다는 분석이다.
실제 환전 흐름에서도 변화가 감지됐다. 1월 1~22일 기준 하루 평균 원화의 달러 환전 규모는 1,654만 달러로 둔화된 반면, 달러를 원화로 바꾸는 환전은 하루 평균 520만 달러로 늘어나 지난해 평균을 크게 웃돌았다. 이는 달러 강세 국면에서 차익 실현 움직임이 확대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경제 지표는 여전히 부담 요인을 안고 있다. CNBC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4분기 GDP 성장률은 전년 대비 1.5%로, 시장 예상치(1.9%)를 밑돌았다. 건설 투자는 3.9% 줄었고, 수출도 전 분기 대비 2.1% 감소했다.
올해 들어 원화 가치는 달러 대비 약 2% 하락해 아시아 통화 가운데서도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같은 기간 국내 개인 투자자들은 미국 주식을 순매수 기준 약 24억 달러어치 사들이며, 전년 동기 대비 6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경기 둔화 우려가 이어지는 가운데서도 한국 정부는 가상자산 정책 개편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다만 스테이블코인 규제를 둘러싼 금융위원회와 한국은행 간 이견으로 제도 정비는 여전히 교착 상태다.
정부는 이달 초 9년간 유지해온 법인의 가상자산 거래 금지 조치를 해제해, 상장사가 자기자본의 최대 5%를 시가총액 상위 20개 암호화폐에 투자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또한 자본시장법과 전자증권법 개정을 통해 2027년 1월부터 토큰화 증권 거래를 위한 법적 틀도 마련했다.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위해 비트코인 현물 ETF 도입과 24시간 거래 체제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스테이블코인 발행 규칙을 둘러싼 당국 간 갈등으로 종합적인 디지털 자산 입법은 여전히 지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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