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크립토 사건 대거 내려놨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60% 줄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시 취임한 이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암호화폐 업계를 겨냥한 집행(제재·소송) 수위를 눈에 띄게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일요일 보도에서 SEC가 암호화폐 관련 사건의 약 60%를 기각했거나, 혹은 절차를 멈춰 세운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전통 금융시장 전반에서는 집행 활동이 이어지고 있지만, 올해 1월 이후에는 암호화폐 기업이 연루된 사건들이 유독 철회·일시 중단·기각 조치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SEC, 리플·바이낸스 사건에서 잇따라 후퇴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사례로는 SEC가 장기간 끌어온 리플랩스와 바이낸스 관련 소송이 꼽혔다. 두 건 모두 최근 들어 SEC가 공세를 상당 부분 거둬들이는 움직임이 포착됐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SEC가 현재 “트럼프와 연계된 것으로 알려진 기업을 상대로는 적극적으로 밀어붙이는 사건이 사실상 없다”고 전했는데, 이 지점이 당국의 의도를 둘러싼 논란을 더 키웠다고 덧붙였다.
이에 SEC는 정치적 편들기라는 해석에 강하게 선을 그었다. 결정의 배경은 정치가 아니라 법리 판단과 정책 방향 조정에 있다고 보도에 반박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특정 수사나 사건을 접으라고 SEC에 직접 압박했다는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집행 후퇴’가 SEC의 과거 암호화폐 규제 기조 전반을 재점검하는 흐름과 맞닿아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갤럭시 디지털의 리서치 총괄 알렉스 손은 “이번 변화를 트럼프 개인의 이해관계로만 보는 건, 수년간 이어진 공격적이고도 일관되지 못한 규제 현실을 놓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치적 동기로만 몰아가는 프레임은 지난 4년간 실제로 이어졌던 노골적인 공세를 외면하는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한편 이런 집행 완화 흐름의 배경에는, 트럼프와 연결된 조직·프로젝트가 디지털자산 업계와 맞물리며 영향력을 키워온 흐름도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25년에는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을 비롯해 트럼프 브랜드를 내건 암호화폐 프로젝트(‘오피셜 트럼프’ 밈코인)와, 대통령의 아들들이 후원한 것으로 알려진 비트코인 채굴 사업 ‘아메리칸 비트코인’ 등 관련 사업이 크게 늘었다는 설명이다.
SEC ‘리더십 변화’ 초읽기… 마지막 민주당 위원 퇴임 임박
한편 SEC 수뇌부의 인적 변화도 향후 기관의 규제 기조를 더 크게 바꿀 변수로 꼽힌다.
공화당 인사로 시장 친화적 규제에 비교적 열린 것으로 평가받는 폴 앳킨스는 당분간 위원장직을 유지할 전망이다. 다만 위원회는 조만간 민주당 몫의 마지막 위원이 빠지면서 정치적 균형이 더 흔들릴 수 있다.
캐럴라인 크렌쇼는 임기가 공식적으로 2024년에 끝났지만 이후 18개월간 추가로 근무해 왔고, 오는 1월 퇴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크렌쇼의 후임은 물론, 현재 공석인 또 다른 민주당 몫 자리의 후보도 발표하지 않았다.
크렌쇼는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SEC가 암호화폐에 대해 한층 누그러진 태도를 보이는 데 가장 공개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온 인물로 꼽힌다.
그는 지난주 사실상 마지막 공개 발언에서 감독 강도를 낮추면 위험이 시장 전반으로 번질 수 있다며, 심사와 감시가 느슨해질수록 투자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