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연준 의장 연설, 암호화폐 추가 하락 불씨 되나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 의장이 오늘(14일) 필라델피아에서 열리는 전미기업경제학회(NABE) 연례회의에서 미국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번 연설의 제목은 ‘경제 전망과 통화정책(Economic Outlook and Monetary Policy)’로 미중 무역 긴장이 고조되고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급격히 조정을 겪는 가운데 나와 글로벌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파월 의장의 발언은 향후 금리 인하 시기와 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시장 기대감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현재 침체 국면에 놓인 암호화폐 시장의 추가 하락 또는 안정세 전환 여부를 가늠할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미·중 관세 전쟁 후 파월 연설에 주목하는 코인 시장
지난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1월 1일부터 모든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미중 무역 긴장이 다시 고조됐다.
이 소식은 전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들었으며 세계 암호화폐 시장 시가총액은 불과 몇 시간 만에 1,250억 달러 이상 증발했다.
비트코인은 지난 주 초반 12만 2,000달러를 돌파했으나 트럼프의 발언 이후 급락하며 10만 5,000달러 아래로 떨어졌고 10일 한때 10만 2,000달러선 밑으로 내려갔다.
이더리움은 같은 기간 약 20% 하락했으며 솔라나, XRP, BNB 등 주요 알트코인도 12~18%의 손실을 기록했다.
급락세는 거래소 전반의 대규모 청산 사태로 이어졌다. 코인글래스(CoinGlass)에 따르면 24시간 동안 166만 명 이상의 투자자가 포지션을 청산당했으며 총 청산 규모는 193억 3000만 달러에 달했다.
비트코인과 이더리움에서만 약 100억 달러의 손실이 발생해 올해 들어 가장 심각한 디레버리징(Deleveraging) 사건 중 하나로 기록됐다.
암호화폐 공포 및 탐욕 지수 또한 급락하며 시장의 불안 심리를 반영했다. 10일 ‘탐욕’ 수준인 64를 기록했다가 11일 27(‘공포’)로 추락해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시장 분석업체 샌티먼트(Santiment)는 이번 매도세가 단순히 관세 우려 때문만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샌티먼트는 개인 투자자들이 미중 무역 전쟁을 경기 침체의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과도한 레버리지와 롱 포지션 누적 등 구조적인 불균형이 더 큰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고베이시 레터(The Kobeissi Letter)의 분석가들도 이번 급락을 “롱 포지션에 과도하게 치우친 시장이 강제로 청산된 사건”이라고 평가하며 유사한 견해를 내놨다.
전문가들은 제롬 파월 의장의 연설이 이번 시장 혼란을 더욱 심화시키거나 반대로 안정시킬 수 있는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은 금리 인하 시기와 폭에 대한 파월 의장의 언급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현재 연준이 10월과 12월 각각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것으로 전망되며 선물시장은 각각 97%와 89% 확률의 기대감을 나타내고 있다.
파월 의장의 오늘 연설은 인플레이션과 성장, 그리고 관세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명확히 짚을 것으로 기대된다. 그의 발언이 시장을 안심시킬 수도 있지만 반대로 경기 둔화 우려를 확대할 가능성도 있다.
특히 금리가 장기간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임을 시사할 경우, 매파적 기조로 인해 암호화폐와 주식 시장 전반에 매도 압력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유화 제스처에 비트코인·이더리움 반등
한편 13일 시장은 부분적인 반등세를 보였다. 비트코인은 4.5% 상승한 11만 5,459달러에 거래됐고, 이더리움은 11.3% 상승한 4,161달러를 기록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 부통령이 12일에 보다 유화적인 발언을 내놓으며 중국과의 관세 협상 가능성을 열어둔 점이 시장 심리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루스 소셜을 통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매우 존경한다”고 언급하며 미국이 중국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돕고 싶다”고 밝혔다.
그러나 양국 간 긴장은 여전히 고조된 상태이다. 중국은 미국이 100% 관세를 강행할 경우 즉각적인 보복 조치를 취하겠다고 경고했다.
중국 상무부는 “중국은 무역 전쟁을 원하지 않지만 두려워하지 않는다”며 “자국의 핵심 이익을 지키기 위해 단호한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원자재 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이 안전자산으로 몰리면서 금과 은 가격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금은 온스당 4,200달러, 은은 51.70달러를 기록했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는 지정학적 긴장 고조, 중앙은행의 강력한 매수세, 그리고 연준의 금리 인하 기대감 확산 등을 이유로 2026년 금 가격 전망을 기존보다 상향해 5,000달러로 제시했다.
지난 4월 트럼프 대통령은 모든 수입품에 10%의 기본 관세를 부과하고 상호 관세를 적용하는 포괄적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중국산 수입품에는 최대 125%의 전면 관세가 적용됐었다.
중국은 이에 맞서 동등한 수준의 보복 관세를 발표하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강경 입장을 내비쳤다.
이후 지난 5월 미국과 중국은 경제 불확실성으로 흔들리는 글로벌 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일시적으로 관세 인상을 철회하기로 합의했다.
양국은 제네바 공동 성명을 통해 90일간의 협상 유예 기간을 설정하고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다. 합의에 따라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 관세를 145%에서 30%로 인하하고 중국 역시 미국산 제품에 부과한 125%의 관세를 10%로 낮출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