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비트코인 투자, 혁신 전략 혹은 도박?

비트코인은 오랫동안 월가에서 논란의 중심에 서 있었다. 최근 일부 상장 기업들이 비트코인 매수 경쟁에 나서면서 전통 금융권 내부의 갈등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비트코인 매수 추세를 선도한 스트래티지(옛 마이크로스트래티지)는 2020년부터 비트코인을 매수하기 시작했으며 주로 부채를 활용한 공격적 매수를 해왔다. 비트코인은 지난 5년간 약 700% 상승했고 스트래티지는 현재 수십억 달러 규모의 미실현 수익이 집계되고 있다.
한때 성장이 정체됐던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재무 기업’으로 변신하며 막대한 수익성을 입증했다. 이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쳐 기업들의 비트코인 매수 추세가 형성됐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과도한 리스크 노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현재 스트래티지는 비트코인 총 발행량 2,100만 개 중 약 3%에 해당하는 64만 개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평균 매입가는 코인당 7만 4,802달러로 비트코인 가격이 30% 하락하더라도 여전히 수익을 내는 수준이다. 다만 평균 매입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2024년 8월만 해도 평균 매입가는 3만 6,821달러에 불과했다.
비트코인이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에서도 매수를 이어가는 전략은 향후 수익 마진이 점점 줄어들 수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다음 약세장이 도래할 경우 회사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될 가능성이 있다. 비트코인은 역사적으로 최대 80%에 달하는 급락을 여러 차례 경험한 자산이다. 만약 그 패턴이 반복된다면 마이클 세일러 회장이 이 위기를 버텨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같은 시나리오는 2022년에도 현실화된 바 있다. 코인 거래소 FTX 붕괴 이후 비트코인은 1년 만에 6만 9,000달러에서 1만 6,000달러로 추락했다. 당시 스트래티지는 40억 달러의 평가 손실을 기록했지만 비트코인을 매도하지 않고 버텨냈다. 그러나 이후 회사의 보유량이 네 배 가까이 증가한 만큼, 다음 하락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마진콜 압박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전망된다.
만약 강제 청산이 발생한다면 파장은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비트코인은 유동성이 상대적으로 낮아 대규모 매도가 시장 전반에 패닉을 유발할 수 있다. 이 경우 비트코인 가격 급락뿐 아니라 스트래티지의 주가 역시 비트코인의 ‘대리 지표’ 역할을 하며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스트래티지는 지난해 12월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100지수에 편입됐다. 이에 따라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수백만 명의 투자자들이 간접적으로 비트코인 시장에 노출된 셈이다. 암호화폐에 관심이 없는 일반 투자자라도 비트코인이 급락하면 포트폴리오 전체가 타격을 받을 수 있는 구조다.
스트래티지 외에도 일본의 메타플래닛을 비롯해 여러 기업이 비트코인 매수에 나서고 있다. 호텔 경영 지원 기업으로 출발한 메타플래닛은 2024년 4월 처음으로 비트코인을 매입했으며 평균 매입 단가는 10만 6,000달러에 달한다. 높은 평균 매입 단가는 비트코인의 상승 모멘텀이 약화될 경우 숨통이 막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현재 비트코인은 기업 매입과 현물 ETF 거래 증가로 인해 공급량이 줄고 수요가 늘어나는 흐름이다. 그러나 일부 비평가들은 ETF로 유입되는 자금의 속도와 비트코인 가치 상승이 일치하지 않는다며 거품 가능성을 경고한다. 만약 이 불균형이 현실화된다면 시장은 큰 혼란에 직면할 수 있다.
마이클 세일러 스트래티지 회장은 비트코인 지지자로 평가되며 자신과 같은 전략을 따를 기업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그의 오랜 노력에도 불구하고 대기업들은 여전히 암호화폐보다는 현금 보유를 선호하고 있다.
세일러는 지난해 12월 마이크로소프트(MS) 이사회에 참석해 “보유 달러 자산의 일부를 비트코인으로 전환하면 주가가 수백 달러 상승할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주주의 99.45%가 반대표를 던지며 해당 제안을 거부했다. 같은 시기 아마존 역시 비슷한 제안을 받았다. 한 투자자 그룹은 “인플레이션으로 달러 가치가 잠식되면서 아마존의 현금 보유분이 주주 가치를 위협하고 있다”며 비트코인 매입을 촉구했다. 미국 국립공공정책연구센터는 “세계 5위 규모의 기업인 아마존이 비트코인을 보유할 신인의무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기업의 비트코인 투자에 대한 의견은 극명하게 갈린다. 비판론자들은 변동성이 크고 아직 성숙하지 않은 자산에 기업이 투자하는 것은 무모한 행위라고 지적한다. 반면 지지자들은 금이나 채권, 현금, S&P 500 지수보다 훨씬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비트코인을 외면하는 것이야말로 주주에 대한 무책임이라고 맞선다. 실제로 비트코인은 불과 12개월 만에 77% 상승하며 전통 자산군을 크게 앞질렀다.
머지않아 기업 비트코인 투자의 효용성을 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만약 스트래티지의 ‘무한 비트코인 매수 전략’이 실패한다면 그 충격은 암호화폐 시장을 넘어 전통 금융시장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