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에이전트, 디파이에 몰려온다: 혁신과 한계의 현주소

누군가 여러분을 대신해 DEX에서 거래하도록 직원을 고용했다고 상상해보자. 이 직원은 휴식 시간이 필요하지 않으며 밤에도 일하고 보수를 요구하지도 않는다. 또한 천문학적인 양의 데이터를 분석하고 거래를 직접 수행하며 실시간으로 전략을 개선한다. 여러분은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아도 된다.
머지 않아 이 직원이 현실화될 날이 올 것이다.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작업하며 데이터로부터 학습하는 AI 에이전트가 디파이 세계로 오고 있다. 곧 AI 에이전트를 여러 디파이 프로토콜에 적용해 최소한의 노력으로 복잡한 거래 전략을 실행하는 날이 올 것이다.
스스로 알아서 거래하는 트레이딩봇은 생각만 해도 기대되지만, 아직 AI 에이전트 기술은 초창기 단계에 있다. 게다가 디파이 시장도 AI 에이전트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다. 디파이 플랫폼은 AI 에이전트와 악의적 공격자를 구별할 수 있는 도구가 부족하다.
앞으로 기술이 성숙해지면서 각각의 에이전트를 서로 구별하고 스캠으로부터 구별하는 신뢰할 만한 새로운 방법이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 상상해보기 위해 먼저 AI 에이전트 기술의 현 상태를 살펴보기로 한다.
AI 에이전트 열풍의 초입
광범위한 테크 세계에서 AI 에이전트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자연어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챗지피티 같은 생성형 AI의 출현이 여기에 크게 기여했다.
아직 디파이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는 사용 사례가 자리잡지는 않았지만, 지난해 말 “DeFAI” 분야의 폭발적 등장과 함께 AI를 암호화폐 포트폴리오 관리, 트레이딩, 프로토콜 작동 등에 도입한 신생 프로젝트가 대거 등장했다.
이때 등장한 신규 스타트업들은 AI 에이전트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거래를 수행하며 초인간적 속도와 정확도로 자산을 관리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무에 적용되면 실제로 다음과 같은 일도 AI 에이전트가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 스마트 컨트랙트와 상호작용해 일드 파밍, 차익 거래, 거버넌스 활동 자동화
- 포트폴리오 최적화, 시장 여건 및 투자자의 위험/보상 심리 등의 요인에 기반해 자산 재분배
- 온체인 활동에서 매매 신호 찾기
- 소셜 미디어 글을 훑어 투자 심리 분석
최근 주목받는 신생 프로젝트로 ai16z($AI16Z)가 있다. 이름은 비슷하지만 유명 벤처 투자자 마크 안드레센(Marc Andreessen)의 펀드와 직접적으로 연관되지 않은 ai16z는 얼마 전 일라이자 랩스(Eliza Labs)로 리브랜딩했다. 일라이자 랩스는 AI 에이전트를 개발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한다.
디젠 트레이더들이 진정으로 AI 에이전트 메타에 열광적 관심을 보인 것은 2024년 중순 어두운 유머 감각을 가진 AI 에이전트 트루스 터미널(Truth Terminal)이 마크 안드레센의 관심을 끈 순간이었다. 당시 안드레센은 투루스 터미널에 비트코인 5만 달러를 송금했다.
이 상호작용으로 트루스 터미널이 출시한 밈코인 열풍이 불었으며 AI 에이전트 코인 내러티브가 2025년 초까지 대유행했다. 2024년 말 AI 에이전트 코인 시장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트루스 터미널은 진정한 AI 에이전트라기보다는 행위 예술이 밈코인 컬트로 변한 프로젝트였다. 당시의 상황은 DeFAI 시장이 얼마나 투기성 짙었으며 밈 주도로 급등했는지 보여주었다.
이후 AI 에이전트 코인 열기가 식었으며 AI 코인 시세도 폭락했다. 코인게코 통계 기준 AI 에이전트 코인 시장의 시가총액은 약 79억 달러를 기록했다. 4월 초에 AI 에이전트 코인 시장은 연초 대비 81% 하락률을 기록하기도 했다.
주기에 따라 성숙해지고 있는 AI 에이전트 코인
일각에서는 AI 에이전트가 디파이에서 절대로 자리잡을 일이 없다고 예측하지만, 이는 사실과 멀다고 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는 디파이 시장에서 자연스러운 진화의 한 형태로 효율성을 크게 높이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채택이 급격히 확대될 것이다. 지금의 일시적 정체기는 폭풍전야에 불과하다.
암호화폐 시장을 벗어나 시야를 넓히면 얼마나 AI 에이전트 사용이 대중화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에이전트로 차량 내부 어시스턴트를 구동하고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향상하고 있다. 은행은 고객 서비스 챗봇을 개선하는 데 AI 에이전트를 이용하고 있으며 월가에서는 실시간 분석에 적용하고 있다.
모든 신생 기술처럼 AI 에이전트도 예측 가능한 곡선을 따라 성숙해지고 있다. 이를 모델링한 가트너 하이프 사이클(Gartner Hype Cycle)은 모든 신생 기술이 성숙해지기까지의 과정을 곡선 그래프로 표현했으며 초기의 부풀려진 기대부터 환멸 단계까지 다양한 단계로 구성되었다. 지금 디파이 AI 에이전트는 환멸 단계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중화를 향한 장기적 성장 곡선에서 보면 자연스러운 골짜기에 불과하다. 이 시기에 시장을 앞서가는 이들은 개발에 전념해 다음 단계를 준비하고 있다.
신원이 부재한 AI 에이전트
디파이에 AI 에이전트가 본격적으로 도입되기 전에 해결해야 할 주요 문제 중 하나는 바로 신원 증명이다. 현재로써 특정 AI 에이전트가 신뢰할 만한 존재인지 악의적인지 구별하기 어렵다. 둘 사이 구분이 명확하지 않으면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를 사칭해 자금을 탈취하거나 시장을 조작하고 거버넌스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문제의 심각성은 커질 것이다.
전통 금융 시장에서는 KYC 인증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은행 계좌를 개설할 때 신분증을 들고 가는 등의 절차를 생각하면 된다.
하지만 디파이 세계에서는 익명성이 고쳐야 할 버그가 아닌 기능으로 제공되기 때문에 기존의 방식으로 도입하기 어렵다.
한 가지 대안은 웹3 도메인 이름을 이용하는 것이다. 웹2 URL처럼 웹3 도메인은 AI 에이전트에 추적 가능한 신원을 부여해 이용자가 특정 에이전트의 과거 거래 내역을 확인하고 신뢰할 만한 존재인지 검증하는 데 이용될 수 있다.
웹3 도메인이 인간이 읽을 수 있는 형태는 아닐 것이며 숫자 및 문자의 긴 조합 형태일 것이다.
AI 에이전트를 이용하는 미래를 상상해보면, 한 이용자가 여러 개의 AI 에이전트를 이용해 거래를 실행할 수 있다. 수많은 사람이 그렇게 할 것이다. 다시 말해, 수백만 개의 AI 에이전트가 활동하는 미래에서 누가 이들을 조종하는지 알 필요가 있다.
물론 웹3 도메인 외에도 여러 해결책이 존재할 것이다. 화이트리스트 등을 통해 AI 에이전트를 추적하거나 영지식 증명 기술을 이용해 신원을 증명하면서도 기저의 코드나 민감한 정보는 공개하지 않는 방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디파이 시장에 AI가 도입될 때의 잠재력은 지나칠 수 없이 크다. AI 에이전트는 꾸준히 진화하겠지만, 그에 발맞추어 인프라도 진화해야 한다. 아직 개선할 측면이 많이 남아있지만, AI 에이전트에 검증할 수 있는 신원을 부여하는 것에서 출발하는 접근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
면책 조항: 본 기사는 참고용으로 투자 조언이 아니며 가상자산 투자는 높은 위험성을 수반하므로 스스로의 조사에 기반해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